
신약성경의 첫 장을 여는 복음서는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와 사역을 담은, 기독교 신앙의 핵심을 보여주는 소중한 기록입니다. 마태, 마가, 누가, 요한—이 네 권의 복음서는 각각 다른 시각과 목적을 가지고 쓰였지만, 모두 예수를 중심에 두고 다양한 인물이 함께 등장합니다. 그중에서도 예수, 마태, 누가는 복음서 전체의 메시지를 이해하는 데 빼놓을 수 없는 주요 인물입니다. 이 글에서는 이 세 인물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보며, 그들의 생애와 역할, 신학적 의미, 그리고 이들이 오늘날 신앙생활에 주는 교훈까지 체계적으로 정리해 보고자 합니다.
예수 - 복음서의 중심인물
예수 그리스도는 복음서 이야기의 중심이자, 기독교 신앙의 뿌리입니다. 그는 나사렛에서 태어나 유대 지역을 누비며 하나님의 나라를 전하는 공개 사역을 펼쳤습니다. 복음서에서 예수는 단순한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하나님의 아들, 다시 말해 온 인류를 구원하기 위해 오신 구세주로 묘사됩니다. 예수의 삶, 죽음, 그리고 부활은 인류 역사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이 되었지요. 예수의 가르침을 들여다보면, 당시 종교 지도자들이 중요하게 여긴 율법의 형식보다는 그 안에 담긴 본질에 집중하는 모습이 돋보입니다. “네 이웃을 네 몸과 같이 사랑하라”(마태복음 22:39)는 말씀처럼, 율법의 핵심을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랑으로 집약해서 가르쳤습니다. 또 산상수훈(마태복음 5~7장)에서는 참된 경건과 신앙인의 자세가 무엇인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었습니다. 예수는 사마리아인이나 세리, 창기처럼 당시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셨는데, 이런 모습에서 하나님의 넓은 사랑이 자연스럽게 드러납니다. 예수는 많은 기적을 보이셨는데, 단순히 신비로운 일이 있어서가 아니라, 하나님 나라가 이 땅에 임했다는 것과 예수 본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표지이기도 했습니다. 오병이어로 많은 사람을 먹이고, 물 위를 걷고, 중풍병자를 고친 사건 등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자비와 구원이 실제 우리의 삶 가운데 이뤄지고 있음을 전한 것이었습니다. 십자가의 죽음은 복음서에서 가장 극적인 순간입니다. 구약시대의 희생제사를 완성하는 장면으로, 죄 없으신 예수께서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죽으심으로써 하나님의 의로움과 사랑이 모두 완성됩니다. 부활 사건은 예수가 누구인지를 확실하게 보여주는 결정적 증거이자, 제자들에게 새로운 사명이 주어지는 시작점이 되었습니다. 결국 복음서는 예수를 단순히 위대한 인물이 아니라 구세주이자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분명하게 전하며, 모든 사람을 그 복음의 자리로 초대하고 있습니다.
마태 - 유대인을 위한 복음서 저자
마태는 원래 세리로 일하다가 예수님의 부르심을 받고 제자가 된 인물입니다. 당시 세리는 유대 사회에서 죄인 취급을 받던 직업이었기 때문에, 마태가 제자가 된 사실 자체가 예수님이 얼마나 열린 마음으로 사람들을 받아주셨는지, 그리고 회복의 복음이 무엇인지를 잘 보여줍니다. 마태는 일반적으로 마태복음의 저자로 알려져 있으며, 이 복음서는 유대인들을 염두에 두고 쓰였습니다. 특히 예수님이 구약에서 예언된 메시아라는 점을 여러 차례 강조합니다. 마태복음은 예수님의 족보로 시작합니다. 여기서 예수님이 아브라함과 다윗의 후손임을 명확히 드러내며, 이로 인해 예수님이 메시아로서 갖는 정통성과 권위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 족보는 단순한 혈통 기록이 아니라,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세대를 이어 예수님에게로 완성되었다는 강한 메시지를 전합니다. 마태는 “이 일이 일어난 것은 선지자를 통해 하신 말씀을 이루려는 것이었다”는 표현을 반복해서 사용하며, 예수님의 행적이 구약 예언의 성취임을 분명하게 보여줍니다. 마태복음에는 교회에 대한 언급도 자주 나옵니다. 예수님이 베드로에게 “너는 베드로라, 내가 이 반석 위에 내 교회를 세우리니 음부의 권세가 이기지 못하리라”라고 말씀하시는 장면은 오직 마태복음에만 등장합니다. 이 구절은 초대 교회가 자신들의 정체성과 권위를 고민하던 때에 중요한 신학적 답변이 되기도 했습니다. 마태는 예수님의 가르침을 교회의 삶과 윤리, 실제적인 실천과도 잘 연결해서 풀어냅니다. 산상수훈 또한 마태복음에서 가장 자세하게 전해집니다. 이 설교에서 예수님은 구약의 율법을 넘어 그 본질을 짚어 주시며, 참된 제자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뚜렷하게 알려줍니다. 마태는 예수님을 새로운 모세로 표현하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새롭게 선포하고 실현하는 권위자로 그립니다. 그래서 예수님은 단순한 선생님이나 예언자에 그치지 않고, 율법과 예언을 완성하신 구세주라는 점이 강조됩니다. 마태는 복음서 전체를 통해 예수님의 유대적 정체성과 메시아 사명을 동시에 뚜렷하게 보여줍니다. 이를 통해 유대인들이 예수님을 믿고 구원의 길을 찾도록 돕는 데 집중했습니다. 그래서 마태복음은 지금도 예수님과 구약의 관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누가 - 이방인을 위한 포용적 기록자
누가는 의사이자, 유일하게 이방인으로서 복음서를 쓴 저자이며, 사도행전도 집필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의 복음서는 마태와는 또 다른 시각으로 예수님을 비춥니다. 유대인뿐만 아니라 모든 민족과 다양한 계층을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강조하면서, 복음의 보편성과 모든 인류를 향한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누가복음은 네 복음서 중 가장 문학적으로 세련된 글로 꼽힙니다. 고전 그리스어의 정제된 문체로 쓰였고, 헬레니즘 문화권의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구성되었습니다. “존귀한 데오빌로 각하에게”(눅 1:3)라는 문구로 시작하는데, 그만큼 복음서를 신뢰할 만한 역사적 기록으로 전하려는 의지를 보입니다. 단순한 신앙 고백이 아니라, 믿을 수 있는 역사 자료로서 받아들여지길 바랐던 그의 의도가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누가복음에서는 특히 사회적 약자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도드라집니다. 가난한 이들, 여성, 병자, 사마리아인 등 평소 주목받지 못하던 사람들의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며, 예수님이 그들을 어떻게 품으셨는지 섬세하게 그려냅니다.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 마리아와 마르다의 이야기, 탕자의 비유 등은 모두 하나님의 깊은 사랑과 용서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누가는 예수님을 ‘모든 인류의 구세주’로 제시하며, 복음이 어느 한 민족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또한 누가는 성령의 활동에도 큰 비중을 둡니다. 예수님의 탄생이 예고될 때부터 성령의 임재가 강조되고, 세례, 광야의 시험, 공생애, 그리고 승천에 이르기까지 성령의 인도하심이 내내 이어집니다. 이 주제는 사도행전에서도 확대되어, 초대 교회가 성령의 능력으로 어떻게 세워지고 자랐는지 보여줍니다. 의사였던 누가는 인간의 육체적, 정서적 아픔에도 깊이 공감했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치유 사역을 단순한 기적 이야기로 넘기지 않고, 각 사건을 통해 하나님의 자비와 회복의 힘이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세심하게 기록합니다. 누가복음은 복음이 인간의 경계를 넘어, 모두를 향한 하나님의 사랑을 선포하는 깊이 있는 신학적 문서라 할 수 있습니다.
결론
네 명의 저자가 각기 다른 시각으로 복음서를 전하지만, 결국 그 중심에는 예수 그리스도가 있습니다. 마태복음은 유대인들에게, 예수님이 바로 구약에서 예언한 메시아임을 알렸고, 누가복음은 이방인과 사회적 약자들을 향해 예수님의 인간적 모습과 자비를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은 자신의 삶과 죽음을 통해 온 인류에게 구원의 길을 열어주셨습니다. 각 저자의 메시지를 오늘 우리의 신앙에 비추어 보고, 복음서가 들려주는 깊은 진리와 사랑을 새롭게 마음에 새겨보면 좋겠습니다. 복음서를 읽을 때 저자의 관점과 의도까지 함께 생각해 본다면, 더욱 풍성한 은혜를 경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