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는 하나님께서 직접 만드신 첫 번째 공동체입니다. 에덴동산에서 시작된 이 특별한 관계는 그냥 결혼 제도에 머물지 않고, 하나님의 뜻이 세상에 드러나는 작은 모델이기도 합니다. 성경에는 여러 부부가 등장하는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부부란 어떤 존재인지’, 또 ‘신앙 안에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깊은 깨달음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신약과 구약을 대표하는 세 쌍의 부부, 즉 아굴라와 브리스길라, 이삭과 리브가, 그리고 아나니아와 삽비라를 비교하며, 성경적인 부부 관계의 다양한 모습을 살펴보려 합니다. 이들 각각은 사명, 순종, 그리고 불순종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부부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게 합니다.
아굴라·브리스길라 – 사명과 동역의 완벽한 조화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사도행전에 등장하는 초대 교회의 부부로, 신앙으로 하나 된 동역자의 대표적인 모습입니다. 이들은 로마에서 쫓겨난 유대인 출신으로, 고린도에서 천막을 만들어 생계를 이어가던 중 바울을 만나게 됩니다. 하지만 이 만남은 단순히 일을 같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평생을 복음의 동역자로 살아가게 된 계기가 되었습니다. 두 사람은 직업을 단지 생활비를 벌기 위한 수단으로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일터는 곧 복음을 전하는 현장이었고, 가정은 예배와 교제의 중심지가 되었습니다. 바울이 로마서에서 “그들은 나를 위해 자기 목숨마저 내놓았다”라고 표현한 것만 봐도(로마서 16장 3~4절), 그들의 헌신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습니다. 특히 브리스길라의 이름이 아굴라보다 먼저 언급되는 경우도 많은데, 이는 그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 매우 이례적이어서, 브리스길라의 리더십과 영향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보여줍니다. 또한 아볼로처럼 열정은 있었지만 복음을 완전히 알지 못했던 설교자를 따로 불러 진리를 자세히 가르쳐준 일화도 있습니다. 이 모습에서 두 부부가 단순한 조력자에 머무르지 않고, 영적 리더이자 멘토 역할까지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들은 바울만을 돕던 사람들이 아니라, 초기 교회 안에서 중요한 기둥이었습니다. 요즘 많은 부부들이 직장, 육아, 경제적인 문제 때문에 함께 신앙생활이나 사역을 이어나가기 어렵다고 느끼곤 합니다. 그러나 아굴라와 브리스길라의 삶은 이렇게 전합니다. “부부가 함께할 때 더욱 든든하다.” 이들의 이야기는 지금의 부부들에게도 신앙을 공유하고, 하나님 나라를 위해 함께 걸어갈 용기와 영감을 안겨줍니다.
이삭·리브가 – 하나님의 인도와 인간의 연약함이 공존한 믿음의 여정
이삭과 리브가는 창세기에서 하나님의 약속과 인도하심으로 맺어진 상징적인 부부입니다. 두 사람의 만남은 하나님의 철저한 계획 아래 이루어진 결혼이었습니다. 엘리에셀이 간절히 기도하자, 하나님께서 직접 리브가를 선택하신 것이지요. 리브가는 “내가 가겠나이다”라는 담담한 대답으로, 낯선 미래에 대한 두려움보다 하나님의 뜻을 따르는 믿음을 보여줍니다. 결혼 뒤, 이삭과 리브가는 오랜 시간 자녀가 없다는 고통을 겪었습니다. 이삭은 무려 20년 동안 끊임없이 하나님께 기도했고, 하나님께서 그들의 간구를 들어주셔서 결국 쌍둥이 에서와 야곱을 허락하셨습니다. 하지만 이 부부의 삶에도 그림자는 있었지요. 바로 ‘편애’라는 문제였습니다. 이삭은 에서를, 리브가는 야곱을 더 아끼며, 하나님의 뜻보다는 인간적인 감정에 따라 행동하게 됩니다. 결국 이런 선택이 가정의 평화를 깨뜨리게 됩니다. 특히 리브가는 야곱에게 변장을 시켜 이삭을 속이게 했습니다. 언뜻 보면 하나님의 약속을 이루려는 행동처럼 보이지만, 결국 하나님의 때를 기다리지 못하고 인간적인 방법을 택한 것입니다. 그 결과 야곱은 형 에서의 분노를 피해 먼 땅으로 도망치고, 리브가는 사랑하는 아들과 평생을 떨어져 지내야 했습니다. 이삭과 리브가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분명한 교훈을 줍니다. 먼저,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우리와 함께하신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그 인도하심을 받고 나서도 인간의 연약함과 실수로 인해 관계가 쉽게 흔들릴 수 있다는 사실도 기억해야 합니다. 부부란 서로에 대한 감정만이 아니라, 하나님의 뜻을 함께 구하며, 인내로 하나님의 시간을 기다릴 줄 아는 동반자임을 일깨워줍니다.
아나니아·삽비라 – 위선이 부른 파멸, 신앙의 가장 어두운 단면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사도행전 5장에 나오는 부부입니다. 이들은 초대교회 공동체 안에서 재산을 판 돈을 전부 바친 것처럼 보이려고 일부를 숨기고 하나님과 공동체를 속입니다. 결국 두 사람 모두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고, 이 사건은 온 교회에 큰 두려움을 안겼습니다. 이 사건은 단순히 재산의 일부를 남긴 잘못이 아니라, 마음에 진실함이 없는 신앙이 얼마나 위험한지 보여줍니다.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서로를 믿고 의지하기보단 죄를 함께 저지르는 데 동참했습니다. 만에 하나 한 사람이라도 진실을 고백했다면, 이 비극은 피할 수 있었을지 모릅니다. 이 두 사람의 이야기는 오늘날 교회에서도 자주 볼 수 있는 ‘이미지 관리 신앙’의 위험을 경고합니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며, 더욱 헌신적으로 보이려는 욕심은 결국 위선으로 이어지고 맙니다. 진실하지 못한 신앙은 하나님께서 가장 미워하시는 모습이기도 합니다. 부부란 서로를 진리로 이끄는 존재여야 합니다. 죄를 묵인하고 감싸주는 공간이 되어선 안 되지요.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겉으로는 연합했지만, 진정한 영적 연합은 없었습니다. 이들은 공동체를 세우기는커녕 무너뜨리는 이유가 되었고, 성령을 속인 죄의 대가는 결국 죽음이었습니다. 요즘도 많은 부부가 함께 결정하고 서로를 의지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결정이 하나님께로부터 멀어진 것이라면, 아무리 부부가 한 마음이라 해도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진정한 부부는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서도록 서로를 격려하는 동반자임을 아나니아와 삽비라의 이야기를 통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됩니다.
결론
이 글에서 다룬 세 부부는 각기 뚜렷한 메시지를 우리에게 줍니다. 아굴라와 브리스길라는 ‘함께하는 사역의 힘’을, 이삭과 리브가는 ‘하나님의 인도와 인간의 약함’을, 아나니아와 삽비라는 ‘거짓된 연합이 불러오는 파멸’을 일깨워줍니다. 이 글을 읽으며, 부부란 단지 감정이나 역할로만 이루어진 존재가 아니라 신앙 안에서 서로 동역하며, 순종하고, 진실하게 걸어가야 할 동반자임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부부의 길을 걷고 계신가요? 부부가 함께 하나님 앞에 서고, 말씀을 삶의 기초로 삼으며, 서로를 진리 위에 세워간다면, 그 가정은 단순히 평안한 집을 넘어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는 거룩한 터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