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경 속 여성들은 흔히 조연으로 여겨지지만, 실제로는 하나님의 구원 역사 한가운데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왔습니다. 어떤 때는 예언자처럼, 또 때로는 실천가이자 리더로서, 하나님의 뜻을 삶 속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낸 이들이었죠.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 역시 신앙과 일상 사이에서 자신만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가정과 일터, 그리고 공동체 안에서 여러 역할을 감당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옛 성경 속 여성들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의미와 길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마리아, 마르다, 루디아—이 세 명의 신약 인물을 여성의 시각으로 다시 바라보고, 그들의 믿음과 태도, 그리고 각자의 역할을 중심으로 차분히 살펴보려 합니다.
마리아 – 말씀 앞에 선 여인, 영적 직관과 순종의 사람
마리아는 예수님의 공생애 기간에 여러 번 등장하는 인물입니다. 각각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면 그녀가 지녔던 깊은 영적 통찰력과 담대한 순종을 엿볼 수 있습니다. 누가복음 10장에는 예수님의 발치에 앉아 조용히 말씀을 듣는 모습이, 요한복음 11장에는 오빠 나사로를 잃고 애도하며 예수님의 오심을 기다리는 장면이, 그리고 요한복음 12장에는 귀한 향유를 예수님의 발에 붓는 대담한 행위가 기록되어 있죠. 이 세 가지 사건은 마리아가 어디에 서 있고, 어떤 태도를 지녔는지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마리아는 ‘말씀을 듣는 자리’를 선택합니다. 당시 여성에게는 가르침을 듣는 기회조차 흔치 않았지만, 그녀는 당당히 사회적 한계를 넘어 말씀 앞에 나아갑니다. 이것은 신앙이 누구에게나 열려 있다는 복음의 본질을 행동으로 보여준 순간이기도 합니다. 예수님 또한 마르다의 불평에 “마리아는 좋은 편을 택했다”라고 말하며 그녀의 선택을 칭찬하셨죠. 두 번째 이야기에서는 마리아가 예수님께 자신의 슬픔과 의문을 솔직하게 드러냅니다. “주께서 여기 계셨더라면 제 오라버니가 죽지 않았을 텐데요”라는 말에는 단순한 원망이 아니라 예수님께 대한 신뢰와 간절한 기대가 담겨 있습니다. 마리아는 자신이 처한 상황을 넘어서, 있는 그대로의 마음을 예수님께 내보이는 진실함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으로, 향유를 붓는 사건은 한층 더 파격적인 모습입니다.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 머리카락을 풀고 예수님의 발에 값비싼 향유를 붓는 일은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이고 용기가 필요한 행동이었죠. 마리아는 자신의 소중한 것을 아낌없이 내어드리며, 예수님의 장례를 미리 준비하는 상징적인 행동을 했습니다. 예수님은 오히려 이 마리아의 행위를 높이 평가하시며, 복음이 전해지는 곳마다 이 이야기가 전해질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처럼 마리아는 오늘을 살아가는 여성들에게도 큰 울림을 주는 인물입니다. 말씀 앞에서 귀 기울이고, 성령의 인도하심에 용기 있게 순종하며, 세상의 틀을 넘어 예배하는 삶을 실천할 수 있다는 것을 몸소 보여준, 힘 있는 롤모델이 아닐까 싶습니다.
마르다 – 현실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한 실천적 믿음의 대표자
마르다는 흔히 ‘행동파’나 ‘바쁘고 분주한 여성’으로 기억되지만, 그 안에는 예수님을 향한 깊은 애정과 성실한 신앙이 깃들어 있습니다. 누가복음 10장에 보면, 마르다는 집안일로 분주하게 움직이면서도 예수님을 극진히 대접합니다. 현실적인 필요를 누구보다 잘 알고, 책임감 있게 행동하던 사람이죠. 예수님이 “너는 많은 일로 염려하고 근심하나, 필요한 것은 한 가지”라고 말씀하신 것도, 마르다의 행동 자체를 질책하기보다는 우선순위에 대해 생각하게 하신 것이었습니다. 이 부분은 오늘을 사는 많은 여성과도 닮아 있습니다. 일과 가정, 신앙과 책임 사이에서 바쁘게 살아가며 ‘지금 내가 잘하고 있나?’라는 고민을 자주 하게 되니까요. 요한복음 11장에서는 나사로가 세상을 떠난 뒤 예수님이 오시자, 마르다가 가장 먼저 달려가 예수님을 맞이합니다. 그녀는 단순히 집안을 돌보는 사람이 아니라, 예수님과의 관계를 자신의 힘으로 이어가는 신앙인의 모습도 보여줍니다. “지금이라도 주께서 무엇이든지 구하시면 하나님이 주실 줄 아나이다.” 이 고백은 마르다의 믿음이 얼마나 크고 깊은지를 느끼게 해 줍니다. 마르다는 감정이나 상황보다 더 중요한 것이 신앙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임을 알았습니다. 언제나 고민만 하기보다 책임지는 태도가 앞선 인물이었죠. 오늘날 수많은 여성들이 집이나 사회에서 이렇게 신앙과 현실의 균형을 찾기 위해 애쓰고 있습니다. 마르다는 이런 이들에게 속삭여 주는 듯합니다. “아무리 바쁘고 지치는 하루라도 주님을 잊지 않고 찾는다면, 너는 옳은 길 위에 있는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듯합니다.
루디아 – 경제적 자립과 영적 리더십을 모두 갖춘 신약 교회의 숨은 중심
루디아는 사도행전 16장에서 처음 모습을 드러냅니다. 경제력과 사회적 영향력, 영적 성장을 두루 갖춘 인물이죠. 자색 옷감을 다루는 상인으로 로마 제국 내에서도 부유한 편이었고, 자기 집안을 스스로 이끄는 리더였습니다. 바울이 마케도니아에서 복음을 전할 때, 루디아는 강가에서 기도하곤 했습니다. 단순히 유대교로 개종한 것에 그친 게 아니라, 마음 깊이 하나님을 찾는 사람이었던 셈이죠. 성경에서는 “주께서 그 마음을 열어 바울의 말을 따르게 하셨다”라고 했습니다. 루디아의 변화는 단순한 감정이나 지식이 아니라, 하나님이 이끄신 큰 변화였던 것입니다. 회심 이후, 루디아는 자기 집을 바울과 동료들에게 열어 교회로 삼았습니다. 이건 여러 의미가 있습니다. 우선 그녀의 집이 빌립보 교회의 중심이 되었고, 여성이 초대 교회에서 중요한 기둥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으며, 가진 것을 아낌없이 주님의 일에 사용하는 모범을 남겼다는 점입니다. 오늘날 루디아는 ‘일하는 여성’, ‘리더십이 있는 여성’, ‘신앙 공동체를 든든히 세우는 여성’의 전형으로 기억됩니다.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경제적 자립과 신앙 사이에서 고민하며 살아가죠. 루디아의 삶은 이 두 가지가 충분히 함께할 수 있다는 생생한 증거입니다. 하나님께서도 그런 삶을 기쁘게 사용하신다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결론
마리아는 하나님의 말씀 앞에서 깊이 예배했던 여성이었습니다. 반면, 마르다는 일상의 책임과 삶의 자리를 지키면서 신앙을 실천해 낸 사람이었죠. 루디아는 자신의 일터와 교회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리더십을 발휘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이 세 사람은 각자 다른 환경과 성격, 또 배경을 가졌지만, 모두 자기 자리에서 신실한 믿음을 보여준 여인들이었습니다. 누구의 아내, 어머니이기 전에, 먼저 하나님 앞에 선 제자였고, 동역자로서 자신의 삶을 묵묵히 걸었습니다. 지금 이 글을 읽는 여성 여러분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고 계신가요? 혹시 말씀 앞에 조용히 머무르고 있나요? 아니면 바쁜 일상 속에서 가족이나 공동체를 위해 책임을 다하고 있나요? 혹은 세상 한가운데에서 하나님 나라의 확장을 꿈꾸고 계신지요? 하나님은 오늘도 여러분의 삶을 통해 새로운 일을 이루길 원하십니다. 마리아, 마르다, 루디아가 자신의 자리에서 하나님의 이야기를 써 내려갔듯, 여러분도 곧 그 이야기의 새로운 주인공이 될 수 있습니다.